삽살개는 귀신을 쫒는다는 의미를 지녔으며, 보호자에게는 충성심이 강하지만 낯선 이들과 다른 동물들에게는 가족을 지키겠다는 습성이 강해 대담하고 용맹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털이 길고 이중모라서 털 관리가 필수다. 사진은 역사 속에 등장하는 삽살개 민화다.
삽살개의 개요
삽살개는 국산 개의 품종 중 하나다. 주로 경산 등 한국 동남 지방에서 서식하던 것이 고려, 조선 시기에 전국으로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2년에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공인되었다. 삽사리, 삽살이라고도 불리며, 털이 긴 개라는 의미로 더풀개, 더펄개라고도 한다. 잡귀를 쫓는 퇴마견으로도 알려져 있다. 구전되는 설화에 따르면 청삽사리를 가리켜 '사자방'이라 불렀는데 이는 사자 새끼를 뜻한다고 한다. 삽살개의 이름을 풀어 쓰면 '액운(煞·살)을 쫓는(揷·삽) 개'가 된다. 사진 속 삽살개는 소형견처럼 보이지만 사실 진돗개보다 조금 더 작은 수준으로 절대로 소형견이 아니다. 대략 키 49cm~55cm, 무게는 17kg~21kg 정도 되는 중형견이다. 삽살개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소형견은 장모종의 외국견 잡종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삽살개의 털색은 크게 청색(검은 삽살개를 청삽사리라 한다)과 황색으로 나뉘며, 근래에는 백삽사리나 바둑이 삽사리도 태어나고 있다. 한국삽살개 보존회에서 유전 공학적으로 삽살개의 혈통 관리를 매우 철저히 하기 때문에, 천연기념물 인증을 받은 삽살개를 키우고 싶다면 공식 홈페이지에 방문해서 절차에 따라 분양받는 편이 확실하다. 장모 삽살개 중에서도 검은색은 양구니라고도 불린다.
특징
진돗개나 풍산개는 고전문학 속에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다. 이 두 견종은 섬인 진도군과 해발 1,300m 고지대에 산으로 둘러싸인 풍산군에 묶인 몸들이었으며, 또한 대개 고전작품들의 배경은 도성 및 주요 도시, 그리고 주요 학파의 근거지 및 귀양지 근처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대신 이 두 견종은 그 지역적 특수성 덕분에 견종을 인위적으로 교잡, 관리하는 전통이 없었던 한국에서 고유한 혈통을 보존할 수 있었다. 농경을 주로 한 우리 조상들은 가축의 개량에 관심이 없었고, 품종이란 개념도 일제강점기에나 일본학자들을 통해 들어온 것이다. 진돗개나 풍산개가 품종으로써 등록/관리되기 시작한 것도 조선총독부가 주도한 것이 시초이다. 이에 비해 삽살개는 여러 고전문학작품 속에서 '청삽사리'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인간 이상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숙향전>으로, 숙향이 마고할미의 주막에서 살게 되었을 때 그 주막에서 기르던 청삽사리가 있었다. 이 삽살개는 마고할미가 사라지고 숙향 혼자 남게 되자 충실하게 숙향을 보살피며 이선에게 편지를 전하고 답장을 받아 온다, 한번은 도적이 주막을 습격할 것을 미리 알고는 숙향을 이끌어 피신케 하고 숨겨 놓은 보물을 찾는 등 대활약 한다. 그러다가 숙향의 액운이 다하고 자신의 도움이 필요 없게 되자 자신을 묻을 장소를 알려준 후 그 곳에서 죽는다. 이를 볼 때 진돗개나 풍산개와 달리 삽살개는 여러 지역에 퍼져있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있다. 안 그러면 여러 작품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을 리도 없다. 그리고 이 말은 삽살개가 특정 견종을 가리키는 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뜻도 된다. 전술했듯 특정 견종을 육성하는 전통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전근대 한반도의 여러 지역에서 삽살개라는 명칭이 등장한다면 그건 견종을 가리키는 말일 수가 없다.
외형
백색에 가까운 크림색이나 고동색, 흑색, 청회색, 드물게 바둑이 패턴의 긴 털을 지니고 있으며, 시츄, 요크셔테리어, 웨스턴 테리어 처럼 얼굴 부분의 털이 길게 자라나서 얼굴 주변을 거의 덮은 모습을 지닌다. 덩치는 결코 작지 않아 성체의 크기가 중형견이므로 어린 시절의 외모만 믿고 좁은 집에서 기를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얼굴을 비롯해 전신을 둥글게 덮은 긴 털과 제법 처진 귀 때문인지 겉보기에는 뭉실뭉실하고 넉살좋아 보이는 모습이지만, 옛날 그림 등에서는 털이 북슬북슬하나 주둥이와 다리에는 털이 없어 날카로운 인상을 줬다고 한다. 지금에도 많이 복원됐다지만 옛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모습에 따라 한치의 오차 없이 복원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한다. 눈을 덮고 있는 긴 눈썹을 옆으로 젖히면 귀신같이 날카롭게 바라보는 눈동자에 깜짝 놀란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삽살개의 인상은 날카로운 편이다. 사실 살짝 눈가의 털만 짧아도 저 안에 꽤 또렷하고 매서운 눈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보기에 따라 눈이 또렷이 드러나도 순해 보일 때도 있다. 민담에 따르면 청백리로 유명한 황희는 눈빛이 날카로워서 심약한 사람이나 어린아이 그리고 동물들이 황희와 눈이 마주치면 기가 팍 죽거나 심지어 숨이 멎기까지 했다고 전한다. 말년에 황희가 삽살개와 눈싸움을 했는데, 삽살개가 빤히 눈을 뜬채 황희와 마주보자 쫄린 황희가 '나도 갈 때가 됐구나.'라고 말하며 노년의 자신의 모습을 한탄했다고 한다. 이 민담이 삽살개의 강렬한 눈빛의 일화로 쓰이기도 한다. 삽살개는 주인이 어떻게 털 관리를 하냐에 따라 외형이 극도로 갈리는 편이다. 부지런한 목욕과 빗질과 같은 지극한 관심이 필요하다. 관리가 모자라면 양의 탈을 쓴 개가 되어 버린다. 털이 뭉쳐서 이물질과 함께 딱딱하게 덩어리져 굳으면 빗질은커녕 가위로도 잘 잘리지 않는다. 잘려진 털을 보고 있노라면 매우 따뜻하게 여겨진다. 털을 관리할 자신이 없으면 웬만하면 애견 미용실을 들려서 단모종 수준으로 털을 깎아두길 권한다. 그리고 눈 주위의 털은 눈을 다치게 하고 개가 예민해지므로 털관리를 잘 해야 한다. 사실 완전 새끼 시절엔 성체랑 별로 안 닮았다. 마치 말티즈나 푸들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한 어정쩡하게 곱슬거리는 털에 모량도 풍성하지 않아 다른 개처럼 보일 정도다. 좀 자라야 얼굴 주변의 털이 풍성해지면서 특유의 몽실거리고 부드러운 외형이 완성되기 시작한다.
본모습 여부?
섬과 고산준봉에 고립되어 교잡을 면할 수 있었고 일제강점기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은 진돗개, 풍산개와 달리 인위적으로 견종을 관리하는 전통이 없는 농경국가 한국에서 백성들이 널리 키우던 개였고, 삽살개란 명칭 자체가 특정 품종명이 아니라 외형에서 따온 명칭일 가능성이 높아서 복원의 진위와 외형을 놓고 말이 굉장히 많다. 다시 말하지만 삽살개는 엄밀히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유전적 독창성이 있는 토종개가 분명하지만, 그 외모와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현재의 삽살개가 과거의 삽살개가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현재의 장모 삽살개와 닮은 개도 있고 그렇지 않은 개도 있다. 단모 바둑이 삽살개인데 장모종 사이에서 똑같이 생긴 단모가 나와 토종 삽살개임이 유력해졌다. 민화에서 삽살개로 그려진 그림의 개들은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전체적으로 검은색에 가슴 부위를 중심으로 배 주위와 꼬리 쪽으로 흰 털이 발달한 형태로, 이 견종이 삽살개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이러한 모습의 개가 조선시대 토종개들 중 큰 부류를 차지하고 있었던 점은 분명하다. 다른 하나는 현재의 복원된 삽살개와 비슷하게 전체적으로 장모종 털이 뒤덮은 형태이다. 사실 삽살개 민화로 알려진 그림의 대부분은 그냥 주변에 있는 개를 그린 것일 가능성이 있다. 후자의 경우는 신화화된 사례가 너무 많아서 저게 알고 보면 사자와 섞인 것이 아니냐는 것도 문제다. 개에게 광배나 화염 모양 또는 뿔이 연상되는 모양새의 사물을 개의 뒤에 배치하였다. 그래서 삽살개로 이야기되는 민화가 사자 같기도 하고 혹은 해태 같기도 하다.